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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바루에 대하여 (이민, 한달살기 준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2020년 초등1학년이 된 딸아이와 두 살 아래 아들을 하루종일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육아휴직을 해야 했고 그때부터 진지하게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조호바루에서 두 아이를 교육하고 싶다는 열망이 일어났고 나는 미친 듯이 정보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경기도의 보통 수준의 학군지에서 아이들은 학원 한두 개 다니며 적당히 방임하며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원하면 국제학교에서 공부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방학마다 한달살기를 가서 문화체험 및 언어공부를 시켜보면 좋을 것 같아 그동안 내가 알게된 조호바루에 대해 차분히 정리를 하고자 합니다.

 

조호바루에 대하여

조호바루(Johor Bahru)는 말레이시아의 조호주(Johor state)에 위치한 도시로, 싱가포르의 북쪽에 인접해 있습니다. 인구는 약 100만 명으로 말레이시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술탄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 중의 하나로 이슬람교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조호바루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의 요지이며, 림씨 경제 자유 구역과 인접해 있어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관광객들이 싱가포르에서 조호바루로 오는 경우가 많아, 관광산업도 큰 역할을 합니다.

조호바루의 좋은 점

1. 저렴한 물가

관광지가 아닌 현지식당이나 상점의 가격은 한국물가의 3분의 1 정도이며 특히 가까운 싱가포르의 살인적인 물가와 비교하면 4분의 1 혹은 5분의 1 정도로 저렴합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 주말이나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넘어와서 조호바루에서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과일이나 기본적인 생필품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어서 전기세도 저렴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인 부동산 가격상승에도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다 보니 부동산가격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1억 원대로 수영장이 있는 콘도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단 위로 숙소를 계약 시에도 월세 70만 원에서 100만 원대로 아이 둘과 거주할 수 있는 집을 구할 수 있고 tuition 1000만 원대의 국제학교를 보낼 경우 연 4000만 원 정도 비용으로 아이 둘과 엄마가 생활이 가능했다고 지인이 알려 주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tuition 비용 및 물가가 약간 올라갔다고는 하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이슬람교 기반의 유흥이 없는 문화와 치안

이슬람교 비중이 높은 만큼 음주 문화가 없어서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심심할 수 있겠으나, 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엄마입장에서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필요한 육퇴 후 맥주를 할 수 있는 정도의 맥주 소주등은 마트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하니 육퇴주가 필요한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한국만큼 치안이 잘된 나라와 비교하기에는 일부 지역에서는 종종 사건사고가 일어난다고는 하지만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신도시 쪽의 치안은 꽤 안전하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싱가포르 지인 몇 명은 싱가포르에서 건너가 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범죄가 종종 있었다며, 조심하라는 말을 하기는 했는데 한국에서 건너간 다른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쁘마스 자야, 마운트 오스틴, 이스 깐다 푸테리 등의 깔끔한 신도시 지역은 살면서 한국보다 치안이 불안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고 합니다.

 

3. 날씨와 자연환경

1년 내내 덥고 건기 우기가 있는 열대기후이며, 말레이 반도 특히 조호바루 인근지역은 자연재해가 없는 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미세먼지를 피하고 아이들 학원 돌림을 시키기 거부하는 엄마들이 조호바루 국제학교에 관심이 많은데 2023년 현재는 조호바루 시내 외곽에 오염물질을 내뿜는 공장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100% 미세먼지 청정구역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미세먼지 측정기를 확인하고 문을 열곤 한다는 현지 학부모의 증언을 들었으나 한국의 상황에 비하면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 정도가 되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정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4. 가성비 좋은 국제학교

학비 500만 원대의 로컬 국제학교부터 학비 7000만 원에 육박하는 영국학제, 미국학제를 따르는 국제학교들까지 매우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영국 IB 시스템을 채택하는 말보로 컬리지, 페어뷰 인터내셔널 스쿨, 미국식 AP 커리큘럼을 따르는 래플스와 셔턱 세인트메리 국제학교 등 말레이시아 전체에서 상위권의 국제 학교들로 해당 학교와 연계된 대학으로 진학이 이루어집니다. 저는 가성비 좋으면서 원어민 선생님이 많은 캐나다 국제학교인 썬웨이 국제학교에 한국아이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고 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셔턱 세인트메리 국제학교는 골프장 근처에 있고 PGA 프로 코치가 있어서 골프유학을 가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네요. 학비가 비싼 편이지만 한국에서 골프를 배우는 것보다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한달살이 가서 직접 학교 투어를 가거나 현지 유학원과 연계되면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합니다.

 

5. 싱가포르와 근거리

사실 조호바루는 쿠알라 룸푸르에 비해 신도시이고 한국에서 도시에 거주한 엄마들은 답답함을 호소할 정도로 무료한 곳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비싼 싱가포르 숙박료를 아끼면서 싱가포르의 다양한 관광지를 여행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입니다. 싱가포르로 연결된 두 개의 다리로 출퇴근 시간이 아닐 경우 한 시간 안에 싱가포르로 입국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 판매되는 싱가포르 투어의 경우 숙소는 조호바루의 저렴한 5성급 호텔(5만 원선)에서 자고 매일 국경을 넘는 4박 5일 코스의 관광 상품이 있을 정도니까요. 요즘 홍콩의 많은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넘어오면서 싱가포르의 거주비와 물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한달살이 하면서 싱가포르를 맘껏 즐겨보는 것만으로도 큰 이점이 있지요.

 

6. 다민족 다문화적인 환경

요즘 통신 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가고 우리나라도 다인종 국가로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미 서울의 일부 지역 초등학교나 지방에서는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더 많은 곳도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언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과 문화에 대해 경험을 하며 자란다는 것은 미래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정말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조호바루의 단점

1. 수질

말레이시아 정부에서는 수질관리를 위해 감시기관을 두고 학교 및 공공 기관에서는 수질테스트를 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지만 노후 배관을 통해 전달되는 물에서는 잔류 염소와 녹물이 심해 대부분의 가정에서 필터를 사용해 씻고 있고 먹는 물은 병생수를 사서 먹어야만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경우 도착하고 첫 3일 정도는 물갈이를 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수질이 좋지 않다는 점이 단점이 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정수기 업체가 조호바루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하네요. 

 

2. 벌레 

이는 비단 조호바루만의 문제는 아니며 더운 나라에 여행 가면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고층아파트나 도시생활만 하여 벌레에 대해 극히 혐오하는 보통의 한국 여자들이 혼자 아이를 데리고 유학생활을 함에 있어서 벌레는 공포스러운 존재입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세스코 같은 업체들을 이용하여 집안은 관리가 가능하더라도, 차 안에서 과자를 꺼내는 순간 수십 마리 바퀴를 목격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소름이 돋았네요. 그리고 뎅기열 같은 더운 지방의 풍토병 또한 미리 접종을 해야 하는 등 아이를 데려가는 입장에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3. 운전 방향

말레이시아의 운전방향은 한국과 다르게 왼쪽입니다. 한국에서 운전을 꽤 오래 한 사람들도 차량이 많지 않은 신도시를 운전하다 보면 실수로 역주행을 하곤 한다고 합니다.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차량을 렌트하여 지내고 싶다면 안전운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4. 높은 중국인 비율

조금 위험한 발언일 수 있으나 저는 어쩔 수 없이 학부모인지라 솔직하게 담아보겠습니다. 조호바루는 중국계 자본으로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고 싱가포르 와 가까워인지 중국인의 비율이 다른 말레이시아 도시들(25%) 보다 높은 편(40%)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국제학교를 가더라도 중국아이들이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노출이 되어 말레이어, 중국어, 영어를 다 배울 수 있다고 하네요. 이는 학교에 따라 중국아이들 비율이 너무 높을 경우 중국어가 통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텃세가 심해서(이는 모든 중국인들의 공통점인 듯) 아이들이 적응하기 어려워했다는 학부모들의 증언도 있으니 자기 아이의 성향과 학교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상 제가 알고 있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대한 정보를 마무리합니다.

다음에는 조호바루 한 달 살기 준비 관련 내용을 정리해서 돌아올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